글쓰기 비법, 단어 채집
무슨 일을 하든 기본이 중요하다. 악기를 배울 때도 가장 먼저 악보를 읽는 법과 자신이 가진 악기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어디가 도고, 어디가 솔인지를 알아야 한다. 운지법도 배우지 않고 자신만의 기이한 방법으로 하다 보면 처음에는 나름 실력이 느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 실력이 올라가지 않는다. 기본이 탄탄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이 시작이고, 기본이 마무리다.
글쓰기를 시작하면 글쓰기를 많이 해야 하는 동시에 단어를 채집해야 한다. 단어의 속성을 이해하고, 다른 표현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글의 시제
가다
간다
갔다.
갈 것이다.
한국어는 시제가 있다. 없는 글도 있다. 중국어처럼.
나는 가다.는 말은 없다.
나는 간다.는 말은 된다.
나는 갔다.도 된다.
나는 갈 것이다.
도 역시 가능하다.
문법이 맞다고 글이 되는 것이 아니다. 글은 행위와 의지와 관련이 있다. 글의 시제는 행위자의 마음의 드러난다.
가다. 있다. 보다. 뜨다. 등의 기본형은 문법적인 표현이지 실제로 사용되지 않는다.
철수는 학교에 가다.
해가 뜨다.
라는 표현은 없다. 써서도 안 된다. 문법 파괴형 21세기는 가능 할런지도. 시제는 곧 마음과 의지가 담겨있다. 과거형은 경험의 문제이다. 엄밀하게 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에서 과거를 상상하는 것이다. 미래 역시 다르지 않다. 다만 미래는 아직 행하지 않는 의지, 갈망을 전제한다.
다시 '가다'에 주목해 보자.
'갔다'는 과거형으로 공간적 이동을 전제한다. 즉 어딘가에서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이다. 실제의 장소가 아닌 마음의 상태일 수도 있다. 하여튼 이동한 것이다.
'나는 떠났다.'는 문장은 문장 자체로는 완벽하지만 글로서는 불완전하다. 만약 문장 전후로 수식이 되어 있다면 괜찮지만. 이 문장에는 '~에서'와 '~로'가 빠져 있다. 완벽한 문장이 되려면
'나는 4월 5일, 집을 떠나 서울로 갔다.'가 되어야 한다.
단순 과거 기술이 아니라 글이 되면 이유나 목적이 있어야 한다.
아버지에게 미국 유학을 가고 싶다고 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유학을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버지는 한 참을 고민하시더니 '미안하다 민구야 지금 형편이 말이 아니구나' 라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으셨다. 무슨 뜻인지 알았다. 한 없이 서운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민구도 아무 말하지 않았다. 이틀을 더 머물 생각이었지만, 바로 그날 아버지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서울로 향하는 버스는 탔다. 시골길을 가는 동안 도로변으로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춤을 춘다. 힘겨워 보인다.
글은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이 되어야 한다. '갔다'는 동사에 사연을 입힐 때 글이 되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이다. 책과 읽기, 독서는 서로 어울린다. 책과 관련된 의미를 파악해 보면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 단어의 속성을 이해하고 다양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활용은 오직 연습, 그리고 실제 사용하면서 익히는 것이다.
생생한 글과 사실 기술의 문장
죽은 글이 있고, 살아 있는 글이 있다. 죽어 있는 글이란 글을 읽고도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살아 있는 글은 나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글이다. 생각해보자. 어떤 글이 나와 상관이 있고, 어떤 글이 상관이 없을까? 실제로 수많은 글은 대부분 나와 상관이 없다. 그럼에도 읽게 만드는 글이 있고, 읽기 싫어지는 글이 있다. 동일한 글이 독자의 상황에 따라 읽어지기도 하고 읽히지 않기도 하지만, 읽히는 글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과 상관이 있도록 만들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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