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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이야기

카카오톡의 괴로움

by 꿈꾸는몽당연필 2022.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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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무나 나의 전화번호를 알면 가입시킨다.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카톡 알림은 고통의 연속이다. 모두 무음 처리를 했으나 카카오톡에 들어가면 시뻘건 알림 표시가 떠 있어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들어가고 싶어 가는 것이 아니라 들어가고 나면 알림이 지워지기 때문이다. 어제도 아는 분이 나를 자신이 운영하는 톡방에 초대를 했다. 필요에 따라 만나는 사이라 싫다 말할 수도 없으니 스트레스는 배가 된다. 그렇다고 카카오톡을 지워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카카오톡이 처음 등장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나 좋았다. 무엇보다 공짜였다는 것이 큰 매력이었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채팅방을 개설하고 얼마든지 서로 이야기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카카오톡이 나오기 전까지 문자를 주고받아야 했다. 문자는 어떤가? 요즘이야 몇 이서 같이 주고받는 기능이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초기에는 1대 1 문자만 가능했다. 무엇보다 문자는 지금의 카카오톡보다는 빠르게 주고받는 것이 아니었다. 이것 또한 참으로 기이하다. 그러니까 문자는 작성해서 보내는 순간 1초도 되지 않아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물론 전산상의 오류나 기타 이유로 조금 늦어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문자는 봐도 되고 안 봐도 되는 것이다. 굳이 지금 당장 봐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없었다. 빠르지만 늦어도 되는 기능이다. 무엇보다 문자는 어딘가에 가입하는 것이 아니었다. 또한 몇십 개의 문자가 쌓여 있어도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되니 부담도 덜했다.

 

 카카오톡은 카카오와 이야기하다의 토크를 합성하여 만든 것이라 한다.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는 가공되어 달콤한 맛을 낸다. 카카오의 달콤함과 모바일을 통해 맛난 소통을 만들려는 의도였던 셈이다. 처음엔 영명 그대로 Cacao talk으로 하려 했으나 도메인이 이미 등록되어 있어 코리아의 K를 사용하여 Kakao talk이 된 것이다. 그럼 카카오톡은 Korea + Cacao + talk 이 세상이 합해 만들어진 셈이다.

 

 

달콤한 대화, 이것이 카카오톡이 의도한 바다.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의기투합하여 실시간으로 대화를 한다는 것은 혁신 그 자체였다. 그것도 공짜로 말이다. 기다림의 미학은 퇴물이 되었고, 빠르고 대화를 쌓아 갔다. 성마른 시대가 되었다. 기다려야 한다는 것조차 잃어버렸다.

 

알고 싶지 않은 것도 있다.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것들도 많다. 정보 과잉은 오히려 정보를 회피하게 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은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특히 나 같은 내향적인 사람은 더더욱 그렇다.

 

며칠 전 **동호회 카톡방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초대되었다. 짜증이 확 밀려왔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지난주에는 친하게 지내는 ㅊ가 나를 **방에 초대했다. 물론 나에게 양해를 구했지만 이미 초대한 후였다. 채팅방이 몇 개나 될까? 운영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며 족히 서른 개를 넘을 것이다. 다행히 대부분의 채팅방이 몇 달을 못 넘기고 사라지거나 거의 운영되지 않아 알림이 뜨지 않는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런 곳을 일일이 찾아 빠져나오는 것도 일이다.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얼마 가지 않아 카카오톡 앱 자체를 삭제할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카카오 서비스가 대부분 카카오톡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나씩 하나씩 지워 나가자. 불필요한 대화도 지우고, 무의미한 만남도 절제하자. 나를 찾아가야 할 시간이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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